<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 정현주 전 화성시의원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정치인에의 혐오는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해묵은 피로는 시민들에게 정치에의 열정과 참여 의식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세상, 사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정치의 영역에 진입한다.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이러한 맥락에서 인상적이다. 관련 분야에 관심이 희귀함에도 저자 정현주는 발로 뛰고 가슴으로 통찰하며 수년간 책 작업을 해왔다. 성찰적 시민이 지역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힘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앞선 26일 오후 화성시 동탄에서 정현주 저자를 만나봤다.
△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정현주 저자(전 화성시의원/왼쪽)가 앞선 26일 오후 화성시 동탄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현주 저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지방자치 분야에 뛰어 들어 수년간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 독자들께 소개 부탁.
- 부천학부모 단체에서 활동하다 2007년 동탄으로 이사 와 2008년부터 공교육정상화를 위한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2010년 제6대 화성시의원으로 당선돼 의정활동을 했다. 2014년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에 입학해 미디어와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2017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얼마 전까지 집필에 집중하는 생활을 했다.
■ 최근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책을 출간하셨다. 책에서 주로 다루신 내용은 무엇인지, 또 소재를 지방자치로 선정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 이 책의 대주제는 ‘사회적 삶의 운영원리로서의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원리는 정치영역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1장 ‘자기결정적인 삶’이 이에 해당한다. 실질적으로 민주주의 원리가 일상생활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돼야만 우리의 삶이 온전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에서 지역의 자율성은 지방자치분권의 정도에 따라 구조화된다. 집권과 분권의 원리다. 중앙이 지역의 자기결정권까지 독점한다면 그 것은 전체주의 국가 즉, 독재국가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점과 임기를 마치고 난 후 각성한 점은 우리가 지방자치를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참여하는 시민뿐 지방의원들도 비전을 갖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 아닐까 했다. 자신의 권한과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려내는 비전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
이 책의 2장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의 서술 의도는 지방자치 역사를 지식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 자치분권 시대에 지방자치 역사를 통해 시민으로서 혹은 주민으로서 정체성을 재구성해 보자는 의도를 내포한 것이다.
■ 기초의원으로 활동하기 전 시민단체 활동도 오래 펼쳐 오셨다. 시민단체는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와의 연관성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시민단체 활동의 목적은 공공영역에서의 참여를 통한 정치활동이다. 참여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주민 참여는 지역의 공공영역을 기반으로 한 미시적인 정치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에서의 모든 활동은 지방자치와 연결된다. 그런 만큼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지자체 운영에서 주민 참여는 지역 주민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개념으로 민주주의 원리와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도 지자체에서 주민 참여는 핵심적인 개념에 해당한다.
지역의 현안에 시민단체들이 참여해 해결한다면 직접민주주의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자(자치단체장)에게 청원(민원)해 해결한다면 대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는 대의민주주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시민단체의 활동과 지자체의 연관성은 민주주의가 관철되는 과정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방식이든 민주주의의 문제로 귀결된다.
■ 지방자치와 관련해 얼마 전 기초의원의 윤리성이나 자질문제가 화두가 된 적 있다. 관련 견해는.
- 지방의원들의 자질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시민들은 분노하고 이는 지방정치를 혐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문제의 원인을 따져 보자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가진 정당의 책임이다. 경험한 바로 정당은 후보자의 자질이나 역량을 따지기보다는 공천권 행사에만 집중한다. 정당은 지방의원이 어떠한 정체성과 자질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권한과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교육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 중앙정당이 지방의원을 위한 교육을 한다고는 해도 굉장히 형식적이다.
둘째, 현재 지자체 내의 구조적인 한계와 모순이다. 모든 지방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활동의 장(場)이 생업에서 지자체로 이동한 것이다. 누구도 새로운 장으로 진입할 경우 곧바로 그 영역에서 전문가 역량을 갖출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학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나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의회의 의사결정 구조는 집행부에 종속돼 있다. 의회사무국의 인사권·예산권 등 핵심적인 권한이 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의회의 자율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의원 자신이 의정활동을 위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현안을 자율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시행착오는 반복되고 권한을 심층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겉돌다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회의 구조와 환경 자체가 의원의 역량강화와 집행부 감시·견제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셋째, 현재 지방의원 대부분은 지방자치를 제대로 교육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 책을 쓰면서 지방자치 역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봤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역사는 민주화 운동과 맥락을 함께 한다. 지방자치는 피를 먹고 자란 민주주의의 꽃이다. 현재 지방의원들이 지방자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자신이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는 주체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좀 더 진지하고 겸손하며 주민의 대변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 조례에 중점을 두신다. 조례란 무엇이며 지방자치에서 조례는 왜 중요한지, 시민들이 조례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 조례(條例)란 한문 표기에서 알 수 있듯 가지 조를 써서 국가 운영체계에 있어 자치법규란 법률에 속한 하나의 줄기라는 것을 함의한다. 조례는 법령의 범주 안에서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헌법과 법률의 가치 판단에 앞서 조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행정은 법률우선주의에 근거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자체는 자치 사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반드시 조례를 근거로 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방공무원들이 조례를 제정하기보다는 법령을 근거로 일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이러한 현실은 자치사무 책임성을 약화하는 것으로 의회의 권한과 역할이 무력화되는 것을 말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지방행정직 공무원들에게 통치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의민주주의가 부분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조례 없이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자치법규에 근거하지 않고 조직과 예산이 반영되고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지방공무원들의 무책임성과 역량 미흡이 한몫한다고 본다. 경험한 바로는 지방 행정직 공무원들이나 의원 모두 조례를 제·개정할 역량이 부족하다. 조례 제·개정은 고도의 집중된 정신노동과 전문적인 법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지자체가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의원뿐 아니라 행정직 공무원들의 역량도 강화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은 조례로부터 시작해 조례로 수렴돼야 한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지방의원이 많지 않은 듯하다. 대안을 제시하자면 지방의회는 지금과는 다른 의원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누가 어떻게 어떠한 관점에서 의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이번 책 집필에만 2년 6개월여를 투자하셨다. 책을 내시는 과정은 어떠했는지, 앞으로 책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 주신다면.
- 사실 계획한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참여활동 경험은 풍부할지라도 정치학이나 행정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많았다. 책을 쓰기로 결정한 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자료 수집이었다. 2년 6개월여 동안 절반 이상은 연구하는 시간이었다. 새롭게 연구를 하면서 발견한 이론을 재구성하기 위해 썼던 글을 수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현재까지는 지방자치 일반 서적이 많지 않다. 대부분 전문서적으로 대학교재나 실무 강화를 위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를 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책 절반 이상의 내용이 논문과 신문 등의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좀 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양서적으로서 지방자치에 관한 책들이 출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에 행정학이나 정치학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자치는 사회문화적인 것으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제일의 과제일 것이다. 어떠한 관점으로 지방차지에 접근할 것인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책쓰기의 출발이 아닐까 한다.
■ 이 외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활동 계획.
-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지방자치제도 안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강력한 중앙정부가 지역의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부터 필요하다. 추상적 개념으로서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구체화하면 ‘공부하며 참여하는 시민의 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성찰적 시민은 지역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힘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올해 안에 지방자치를 주제로 두 편의 논문을 쓰는 것이다. 문제의식이 더 깊어지고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면 꼭 지방자치를 주제로 하지 않더라도 글을 더 써서 출판을 하고 싶다.
책을 쓰면서 고민이 깊어진 만큼 지자체 발전을 위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의원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하고 싶다. 시민단체와 지역의 크고 작은 공동체를 대상으로 왜 우리의 삶 전 영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천해야 하는지를 알리기 위해 교육의 장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정현주 저자 인터뷰 영상 바로 보기 >> https://tv.naver.com/v/9307073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