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들의 유쾌한 반란? 똑 소리 나는 천재들의 일탈기!
양심과 실리(實利)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들, 그 중 여자 주인공이 말한다. “먼저 속이지 않으면 당하는 게 인생이야!”
흙수저들의 유쾌한 반란, 똑 소리 나는 천재들의 일탈기, 영화 ‘배드 지니어스(Bad Genius 2017)’다. 직역하자면 ‘나쁜 천재들’ 정도인데 극 중 커닝을 도와주는 주인공들이 금전적 대가를 받기 때문에 붙은 제목으로 보인다.
대강의 줄거리는, 명문고에 입학한 천재소녀 ‘린’이 STIC 협회가 주최하는 시험에 응하면서 국가 간 시차를 이용해 정답을 유출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린의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방대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친구 그레이스에게 시험 답안을 건네줬고, 시간이 지나 그것이 돈을 받고 정답을 알려주는 이른바 학업 비즈니스로 변질된 것이다. 이런 경쟁 스토리에 라이벌이 빠지면 섭섭하지. 린의 라이벌 남자 주인공 뱅크는 린 일행의 부정을 학교 측에 알리지만, 폭력배에게 당해 장학금 시험을 놓치고 결국 린 일행의 제의를 수락해 미국식 수능시험 격인 SAT(Scholastic Assessment Test)에서 거대 커닝 프로젝트를 벌인다.
영화는 2017년 태국에서 개봉했다. 학생들의 시험 소재라 전개가 다소 평탄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으나 은근히 스릴 넘치는 ‘스릴러’다. 결말의 반전까지 나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 할 수 있다.
수상 내역도 눈에 띈다. 2017년 27회 후쿠오카 국제 영화제(후쿠오카 관객상), 21회 판타지아 영화제[관객상-베스트 아시아(금상), 혁신상-금상]에 이어 2018년 58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편집상 최고신인상), 12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신인상) 등이 그것이다.
한 누리꾼은 “너 같은 애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공부는 잘 못해도 성적은 잘 받고 싶거든”이라고 말한 린의 친구 그레이스의 남자친구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다. 짐작대로 린과 뱅크를 제외한, 돈을 주고 정답을 구매하는 친구들은 금수저다.
영화에 등장하는 STIC 시험은 가상의 설정이고 실제는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SAT를 모티프로, 실제 일어나는 정답 유출 사건을 동기로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대체로 영어권 영화에 익숙한 이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낯선’ 언어가 자연스러울 만큼 몰입도 있는 구성이다. 아울러 어른들의 판박이인 양, 너무 빨리 세상을 알아버린 극 중 청소년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반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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