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산 버스 파업 타결 가능한가

와이뉴스 2019. 3. 16. 00:09


노사 양측 10여 차례 마라톤 교섭
“열악한 회사 사정 참작” VS “근무 여건 개선 요청”
오산 교통 중추 역할 7일부터 9일째 파업 ‘버스 없는 한산한 시내’


오산시 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오산교통 버스 파업이 앞선 7일 새벽 5시 첫차부터 시작돼 9일째를 맞고 있다. 오산교통 노사의 임금협상은 결렬됐고 6일 오후부터 진행된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협의에서 협의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 2018년 기준 1일 3만여 명이 이용하는 오산 시내버스는 현재 오산교통 비조합원 포함 10여 명이 운행하는 1일 약 5대와 오산시가 긴급 투여한 8개 노선 대체 전세버스 36대, 타 업체의 마을버스 4대가 전부인 셈이 됐다.

오산시 교통과, 오산교통 노사의 말을 종합하면 노사 양측은 올 2월 20일경부터 시행된 임금협상에 이어 도합 10여 차에 이르는 마라톤 교섭을 이어오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회사는 재정 등 열악한 상황을 참작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노조는 임금협상이 어렵다면 근무 여건 개선이라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오산시는 11일 오후 시장실에서 오산교통 노사,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 재개를 위한 중재를 진행했지만 역시 별다른 성과가 도출되지는 못했다.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돌아갔다. 22만에 이르는 오산시민들은 하루아침에 대표 교통편을 잃었고 행여 파업이 장기화 될까 불안에 떨며 오산시, 오산교통 노사의 협의 과정을 지켜만 봐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곽상욱 시장은 파업이 시작된 6일 오후 SNS를 통해 협상 결렬 및 파업 확정, 전세버스 투입 등을 알렸다. 이어 “많은 불편을 겪고 계신 시민께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 진전도 있었으나 일부 내용에 이견차가 있어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 불편이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간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시민은 “오산교통 파업 피해자는 자가용 없는 서민이다. 긴급 대체 투입한 관광버스는 출근 시간조차도 텅텅 비어 있다”며 “현 상황에 답답함과 피로도는 쌓여만 간다. 대중교통은 공공성이 강한 필수불가결의 사회적 역할을 한다. 진정성 있는 노사협의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근본 문제는 타 업체와의 임금격차
이번 오산교통 파업의 근본 문제는 타 지자체 운수업체와의 임금 격차다. 오산교통 노조 측은 동일한 강도와 시간의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타 업체보다 연봉 700-9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고 토로한다. 상여금을 제외하고 그들과 같은 임금을 받으려면 월 평균 4일을 더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오산교통의 급여는 최저시급 8천350원이며 한 달 13일 만근 시 기본급 86만 8천400원이 된다. 이 금액은 2019년 최저시급에 1일 근무 시간 8시간, 월 13일 근무를 곱한 값이다. 여기에 추가 수당과 근무로 총급여가 책정된다. 상여금의 경우 2년 이상 3년 미만은 100%, 3년 이상 4년 미만은 300%, 4년 이상 5년 미만은 400%, 5년 이상 6년 미만은 없음, 6년 이상은 500%로 지급된다.

노조는 촉탁직의 경우 상여금을 거의 받을 수 없으며 5년 이상 근무자는 상여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5년 이상 근무자의 상여금 책정이 되지 않는 연유를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회사는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하기 직전 1월 20일 진행된 경기지역 대형버스 업체 8개 회사(회사당 평균 250대) 월 급여를 38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한 바에 따라 월 33만원 인상안을 내놓았으며 노조는 70-120만원 가량의 인상안을 번갈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노조는 알려진 바대로 150-200만원 가량의 임금 인상을 제안한 것은 아니며 통상의 버스회사가 한 달 13일 만근 기준이지만 오산교통은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복격일제 혹은 3일 일하고 하루 쉬는 복복격일제를 하며 한 달 평균 16-18일까지도 근무를 하고 있으니 이 날짜를 기준으로 인상안을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종적으로 사 측은 월 33만원 인상, 노조는 33만원 인상(1인당 평균 52만원)과 상여급 600% 지급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열악한 재정상황을 강조했다. 실상의 여건을 적용하면 월 10-20만원 상향이 적절하나 앞선 경기지역 업체의 인상안 38만원에 따라 최대한 상향한 33만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차고지로 이전한 것은 2017년 10월경이며 그 이전에는 컨테이너 사무실과 흙바닥 차고지, 이동식 화장실 등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사용하는 차고지도 오산시 버스공영 차고지며 매월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근무 여건 개선이라도…”
오산교통 노조는 회사 측이 제시하는 월 33만원 인상안을 만약 수용하더라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근무형태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창한다. 오산교통 근로자의 30여 명에 해당하는 촉탁직의 경우 경미한 사고라도 발생하면 1년 1회 체결하는 재계약에서 배제될 불안감에 시달리며 운전대를 잡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사고가 날 경우 단체협약에 제시된 200만원(보험 책정액)이 되면 사직가능하다는 조항으로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도 허다하며 현금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해 200만원의 책정액이 나오면 현금 100만원을 회사에 내고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작업 용품 지급도 장갑은 3켤레에서 2켤레, 1켤레로 단계적으로 줄였으며 나중에는 직접 사무실 직원에게 가 수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노조는 와이셔츠나 장갑 등을 상하반기 정기 지급으로 바꾸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또 사고를 냈거나 회사의 비위에 거슬리는 발언을 한 운전자는 하루아침에 노선을 바꾼다고 했다. 배차시간도 촉박해 신호준수나 승객에의 친절도가 높을 수는 없다고 한다.

회사의 설명은 상반됐다. 단체협약에 사고액이 200만원으로 명시된 것은 맞으나 이는 사실상 사문서화 된 조항일 뿐 실제는 800-1천 만원 가량이 돼야 사직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유로운 배차로 식사, 주유 등의 시간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다른 회사에 갔다가 다시 오는 직원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2017년 7월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해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 이후 운수사업법상 명시된 15분의 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공지한 상황이라고 했다. 비록 넉넉지 않은 재정상황이지만 사원의 복지와 편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준공영제가 해결의 키?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에서 나온 모든 수입을 일괄적으로 모은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4년 7월 1일 서울시가 처음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인천 대구 대전 제주 등의 광역자치단체가 준공영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오산교통은 2020년 상반기 내로 준공영제 체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도 노사의 해석은 다르다.

노조 측은 회사가 임금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준공영제 조기 도입을 위해 시를 압박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더욱 손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격한 임금격차와 차량 노후화의 피해는 오산시민에게로 향할 것이라고 한다.

사 측은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최우선 혜택은 기사들에게 돌아가며 현재 1일 16시간 근무가 아닌 8시간 근무 1일 2교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급여도 상당부분 인상될 것인 반면 회사의 권리는 전부 오산시에게로 귀속된다고 전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 운수업체나 수익성이 높은 노선의 경우는 준공영제를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오산시 교통과는 이러한 근무 요건 변화가 친절도 상승, 사고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이 준공영제 도입의 주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총 사업비의 56%가 인건비로 책정되며 운수업체 수익의 적정이익을 사 측에 지급하게 된다.


모든 피해는 시민의 몫
오산교통은 오산 시내 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운수업체다. 2010년 현재의 최병현 사장이 인수해 직원 120여 명, 9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시내버스 88대, 마을버스 5대 등 총 93대 18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으며 평택, 용인, 수원, 화성 등지의 인입 노선을 책임지고 있다.

7일 파업이 시작되자 오산시는 긴급히 8개 노선 36대의 전세버스를 투입해 대체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루 2천500만원의 시민 혈세가 지출되고 있다. 파업 후 오산교통 비조합원을 포함한 10여 명이 1일 5대 가량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이로써 빈자리 일체를 충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오산시 내에는 마을 버스 4대와 대체 전세버스 36대, 위 5대 등이 사실상 버스 운행의 전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오산시 도로 대부분은 시내버스 없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시민들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교섭에 불안감을 드러내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1일 3만여 명 이용, 22만 오산 시민의 발이 돼 온 오산교통의 버스 파업이 시급히 종료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시민들은 “외곽의 자연부락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오산교통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과정이라 여기며 앞으로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오산교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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