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외계 비행 물체 쉘.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 상공에 정체를 드러낸다. 군은 언어학 전문가 루이스 뱅크스 박사와 과학자 이안 도넬리를 통해 쉘에 접근한다. 두 사람은 18시간마다 문이 열리는 쉘의 내부로 진입하고 외계 생명체와 ‘대화’를 하게 된다.
영화 ‘컨택트(Arrival 2016 미국)’의 대강 줄거리다. 이렇게만 보면 이제까지 봐 왔던 SF 스릴러(Science Fiction Thriller)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시간의 동시화다. 루이스와 이안은 쉘 안의 두 외계생명체에 애벗과 코스텔로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애벗과 코스텔로의 외양은 그동안 미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하나의 머리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모양이다. 이들의 언어는 현재 과거 미래가 동시간대에서 움직인다.
언어학자 루이스는 이들의 언어를 익히고 습득해가면서 미래를 함께 본다. 자신이 이안과 결혼해 한나(hannah)라는 딸을 낳고 이 아이는 불치병으로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두며 결국 이안이 자신과 한나를 떠난다는 것을 애벗과 코스텔로의 언어를 접하면서 보게 된다.
SF 스릴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무래도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해하느냐일 것이다. 루이스는 애벗과 코스텔로가 알려준 언어를 통해 미래를 접하고 그 미래의 일을 통해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 애벗과 코스텔로는 왜 지구에 왔을까? 3천 년 후 그들의 종족이 인류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서라고 영화에서는 언뜻 비춘다.
이채로웠던 점은 과연 인간은 미래를 알아도 그러한 선택을 할까라는 바였다. 이를테면 위에서 언급한 루이스 박사의 선택, 인간은 오히려 선택의 흥미를 ‘그로 인한 결과를 100% 오차 없이 예측할 수 없다’에 두는 게 아닐까 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지점을 완벽하게 깨버린다.
또 하나, 처음으로 쉘에 방문할 때 카나리아(Serinus canaria) 새를 새장에 넣어 데려 가는 장면이다. 카나리아는 일산화탄소 감지에 뛰어나 19세기까지도 광부들이 갱도에 들어갈 때 이 새를 데리고 갔다고 전해진다. 감독은 왜 카나리아를 등장시켰을까.
이 영화의 가장 장점이라면, 더도 덜도 없이 딱 적절한 구성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대개 하나 둘 정도의 장면과 대사는 뺐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영화는 딱히 그런 부분이 없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잔잔하면서도 긴박감 있는 OST도 괜찮다. 다만, 외계생명체의 외양이 다소 식상하지 않았나 한다. 검은색 머리 하나 다리 여러 개, 문어와 같은 움직임.
이 영화의 원작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 테드 창의 1998년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고 한다. 2014년 영화화가 확정됐고 2016년에 개봉했다고. 원제는 도착 도달을 뜻하는 ‘어라이벌 arrival’인데 한국에서는 1997년 개봉작 ‘콘택트’와 비슷한 ‘컨택트’로 바뀌었다.
영화의 내용상으로는 원제가 더 적절한 듯하다. ‘도달’이라는 의미에서 봤을 때, 지구인이 외계생명체의 언어에, 현재에 사는 인류(루이스)가 미래 그녀의 인생에, 대립 상태의 외계생명과 지구인이, 의견 차이에서 합의에 이르는 세계 각국이 서로 ‘도달’하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는 2016년 22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색상, SF/호러영화상에 이어 2017년 43회 새턴 어워즈 최우수 각본상,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69회 미국 작가 조합상 각색상, 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누리꾼들은 이 영화의 명대사를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면서도, 난 모든 걸 껴안을 거야,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반길 거야”, “처음과 끝은 나에게 더 이상 무의미하다”, “당신의 인생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있다면 그것을 바꾸겠어요?”, “논 제로섬 게임” 등으로 꼽았다.
묻고 싶다. 인생을 전부 알 수 있다면 그것을 바꾸겠는가, 아님 그 선택을 고스란히 할 것인가.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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