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은 한순간이었지만, 그 버섯구름 아래 펼쳐진 참상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오래 가는 것이었다. 원폭이 떨어진 지점인 폭심으로부터 반경 1km 안에 거주하던 사람의 90%는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당시 인구 42만 명이 거주하던 히로시마 시에서는 7만 명이 즉사했다. 그해 말까지 16만 명이 후유증으로 죽었고 피폭 15년 뒤에는 20만 명이 사망했다. 인구 27만 명이던 나가사키 시에서는 그해 말까지 7만 4천 명이 사망했다.
- [대한민국의 함정] ‘누구보다 뜨거운 불꽃 같은 삶을 살다’ 중
국가인권위원회의 2005년 원폭피해자 2세 기초현황 및 건강검진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원폭 2세들은 같은 나이의 일반인에 비해 빈혈, 심근경색, 협심증 등 만성질관과 우울증, 정신분열, 각종 암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원폭 2세 가운데 1천226명 우편 설문조사 결과 남성은 일반인에 비해 빈혈 88배, 심근경색 및 협심증 81배, 우울증 65배, 정신분열증 23배, 천식 26배, 갑상선질환 14배, 위 십이지장 궤양 9.7배 높으며 여성의 경우도 심근경색 89배, 우울증 71배, 유방양성종양 64배, 천식 23배, 정신분열증, 간암, 백혈병 등이 높게 나왔다고 전해진다.
보건복지부 전신 보건사회부는 1974년 비밀문서에서 한국 정부는 피폭 2세 들의 건강 실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은밀한 실태파악을 통해 잘 알고 있었으며 원폭피해자 2세 환자의 치료 지원을 고려한 전국규모의 병원 3곳을 신설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8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이를 보면 1970년대부터 이미 원폭피해자 2세의 대물림증상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이 문제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1989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과 때를 맞춰 일본이 40억 엔을 원폭피해자 치료기금으로 제공하도록 한·일 쌍방합의 했다고 전해지나 회원들은 한 달에 10만원을 받을 뿐이라고 정정웅 회장은 전했다. 지방정부에서 나서서 원폭피해자 지원에 앞장서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앞선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통일로에서 사단법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 정정웅 지부장을 만나봤다.
■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및 회장님 소개 부탁 드린다(창립 시기 및 계기, 회원님 수, 주요 활동, 한국 잔류 피해자에 비해 회원님 수가 극히 적은 이유 등).
- 현재 한국에 귀국자가 4만 3천 명 귀국했는데 다 돌아가시고 지금 현재 우리 협회 등록된 사람은 2천300명 미만, 2천200여 명이다. 등록하지 않은 분도 있다. 자의에 의해 안 한다. 왜 안 하느냐 하면 사회적으로 자랑스럽지 못하다. 혼인 같은 데도 문제가 있다. 유병률 같은 걸로 인해서. 기형아 등을 우려하는 일면이 있었다. 당시 원폭피해자가 1945년도에 히로시마 7만 명 나가사키 3만 명 등 10만 명 피해 입었다. 생존자가 히로시마에 3만 5천 명, 나가사키에 1만 5천 명 합계 5만 명이 계셨었고 귀국자가 4만 3천 명이고 일본 잔류자가 7천 명 정도였다.
1940년생으로 히로시마에 살았었다. 일본 히로시마 후쿠시마조 90번지에서 태어났고 살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맞고 그 당시 집이 무너져 불이 나고 산으로 피난 갔다 내려와 고국으로 부모님과 연락선 타고 한국으로 왔다.
2019년도 3월 1일부터 서울지부장으로 취임했다. 그전에는 간부 활동을 해왔다. 원폭 피해자들이 등록돼 있으면 적십자사하고 지부 역할은 의료비를 협회로 보내주고 주소 이전되면 정리해 주는 등 행정 사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무장하고. 협회에서도 원폭 회원 지원 위한 사업하고 있다.
금전적 지원은 우리 정부는 어렵다. 적고 일본 정부가 다 낸다. 일본 정부가 내는데 치료비 회원들이 아픈 사람들이 많으니 일본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우리가 병원 가서 영수증 받아오면 협회에 내고 협회는 적십자사에 내서 일본 정부와 한국정부가 체결해 적십자사 특수복지국에 위탁해 관할하고 있다.
폭발 당시 현지 상황은 나이가 어렸는데도 기억하고 있다. 위로 누님 두 분 있었고 동생 있었다. 작은 누님이 생떼를 잘 부렸다. 언니가 배가 아파서 학교 못 간다 그러니까 작은누나도 생떼를 부렸다. 당시 유치원 다니던 때였는데 9시 전 8시 몇 분이었다. 아무것도 몰랐지. 그냥 꽝! 하고 무너져 내렸는데 의식 불명이 됐다. 그러다 의식이 깨 어른들이 밖에서 어른들이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애가 안 보이니까. 동생은 어머니께서 업고 있었고. 저는 유치원생 정도니 앉아 있었다고 한다. 무너진 집안에서 모깃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 들리는 쪽으로 가서 휘저어 찾으니 다리가 보이니 끌어 당겼다. 그러는 과정에서 모든 나무에 찢겼다. 다리고 등이고 큰 상처가 지금까지도 흉터로 남아 있다. 깨서 산으로 피난가는 중에 하늘에 구름 속에 해가 약간 보이는 듯하면서 까만 낙진이 쏟아지는 중에 (그걸) 뒤집어 쓰고 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산으로 도망갔던 기억도 있다. 가는데 사람이 죽어서 길가고 산이고 바다도 시체가 있었다. 약간 기억이 난다. 그 뒤에는 며칠 동안인가 안 갔다. 그래가지고 이모부가 와가지고 트럭에 타가지고, 트럭에 눕혀서 피난 왔다. 원폭이 투하되면 수증기와 모든 게 하늘로 올라간다는데 그것들이 비가 돼 산으로 피난 갈 때 그걸 맞고 갔다. 그게 몸에 치명적이 낙진인데 그때만 해도 의식을 못하고. 우리는 등까지 오는 모자를 덮었다. 전시라서. 1인당 모자가 다 있었다. 그걸 뒤집어 쓰고 갔다.
■ 원폭 피해자 2세에게도 피해가 유전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분들 상황은.
- 국내에 현재 우리 등록된 사람이 2천300명이다. 처음에 간부로 와서 등록할 무렵에도 서울지부만 해도 상당히 인원이 700-800명 정도로 많았는데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남은 인원이 490여 명이다. 서울 지부에. 그 사이 상당히 많이 돌아가셨다. 전국에 2천280명 정도 남아 계시다.원폭 유병률도 상당히 많다. 보통 사람보다 3.4-93배가 더 많다고 한다. 2004년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에 조사 의뢰해 원폭 피해자 기초현황과 그간 실태를 밝힌 바가 있다. 국내 원폭 피해자 1세 2세 3세 조사 결과다. 건강 상태가 아주 열악하다고 나와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다. 1세대도 모르는 희귀병에 죽은 사람도 많이 있다. 생활이 부유한 사람은 등록하라고 그래도 기피하고 안 하는 거다.
■ 현재 한국과 일본에 계신 원폭피해자분들의 상황 및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지원 내용이 궁금하다(그분들이 겪고 계신 피해 상황은). 또 두 정부의 지원의 다른 점이 있다면.
- 일본 정부가 의료비 전액을 담당하고 있다. 한 달에 30만원 정도의 돈을 우리에게 생활보조비로 지급한다. 등록된 사람에게만. 한국정부는 지원하는 게 별로 없다. 있다고 하면 협회로 1기분에 약 4천만 원을 낸다.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비용이다. 우리 정부는 사실상 너무나 냉정하다. 우리 정부가 1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이 10만원은 정부가 주는 게 아니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일본 정부와 교류 차 들어갔다가 일본으로부터 일본돈을 받았다. 원폭회원에게 쓰라고. 그것을 받아 지급하지 않고 정부 귀속금으로 만들어서 국가 기관산업에 사용하고 국가가 앞으로 연금식으로 지급하겠다 해가지고 의료 보조비, 교통비조로 한 달에 10만원씩 주고 있다.
■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라면.
- 우리 정부에서 원폭 회원을 위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하지 않고 서울원폭협회 산하 내에 5개 지부가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 지방정부가 조례안을 만들어 경남이나 합천이나 부산, 대구는 거기에서 원만하게 만들어서 혜택을 좀 받고 있다. 대구는 사무실 운영비나 급여 지원을 받고 있다. 부산은 2019년 조례를 만들어 회원에게 5만원씩 지원하는 걸로 2020년도 1월부터. 사실상 이런 것도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인데 지자체가 하고 있고. 서울지부도 조례안을 만들려고, 제가 2019년 4월부터 노력해 모든 조례안을 토론회도 하고 여러 가지 거쳐서 안을 내놨는데 코로나가 걸려 3월에 조례안이 통과되려 했는데 지금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어떻게 지원하려는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서울시도 논의하고 있고 원폭 피해자 지원을 좀 해주고 사무실 운영을 회원 회비로 하는 것도 어렵다. 2세 3세 의료비도 지원 요청했다.
앞서 말씀드린 정부의 4천 100만원으로 5개 지부가 나눠 쓰는데 서울지부는 여기에서 100만원을 지원받아 매월 적자다. 한국 원폭피해자들은 타의에 의해 피해를 입은 거다. 미국과 일본이 그렇게 문제를 만들었는데 일본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우리 한국과 똑같이 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지자체에서 많이 지원을 하고 있었다. 알아 보니까. 일본정부에는 크게 말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도 별로 소용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 한국에 원폭피해자지원 법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법률이 보완할 점이 혹시 있다면.
- 2016년 5월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이 통과됐다. 통과 됐으면 거기서 개정을 해서라도 피해자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만 4년이 지나도록 그대로 멈춰 있다. 조례가 유용무실하다. 이걸 활성화 시켜서 법을 개정해서라도 원폭 회원 제일 적은 나이가 만 75세다. 살아봤자 10-20년 살면 1세는 사실상 다 없어지는데 정부가 그동안 방치도 했지만, 앞으로 조금이라도 지원을 한다는 성의가 있었으면 한다. 하고 있지 않다. 2018년 8월 2세 3세를 위한 의료 혜택 지원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것도 현재 보건복지부에 묶여 있다. 하나도 움직이지도 않고. 상당히 고통이 많은 후세에게도 의료 혜택이 있어야 하겠고 1세에게도 정부가 진정으로 성의 있는 표시를 좀 하면 좋겠다. 이걸 바랄 뿐이다.
■ 이 외 더 전하고 싶은 말씀 및 향후 활동 계획.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조례에 의해 만들어지면 다방면으로 뛰어다니면서 원폭 회원들이 남은 생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며 노력할 예정이다. 조례에 의해 실효성 있는 혜택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 이영주 기자
http://www.whynews.co.kr/news/article.html?no=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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