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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경기도 현직 초등교사 A씨

와이뉴스 2023. 8. 30. 11:16

[와이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 교실에서 걷다가 본인 발에 걸려 넘어져 반깁스를 한 B학생의 학부모에게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학부모는 교문 앞까지 매일 학생을 마중 나올 것을 요구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근무하는 C씨, “학교 앞 가로수 때문에 아이들의 통행이 불편하니 가로수를 없애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학교에서 처리할 수 없는 민원임에도 한 달 넘게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민원인이 직접 찾아와 고성을 지르며 의자를 던졌다.

#교무실에 학부모가 나타나 가위 날 쪽을 내밀며 항의했다.

 

이는 모두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나 교무실무사를 향한 학부모 악성 민원 사례다. 이외에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 ‘어두운 계열에서 종사하고 있다. 인맥을 활용해 괴롭히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교사 일동’이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를 맞아 교사들의 대규모 추모 집회를 오는 9월 4일 개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선 교사들의 추모 물결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는 다만 일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것이 ‘시작’일지도. 이미, 앞서 언급한 악성민원에 교사들이 지쳐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교사들조차 교육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러다간 일본의 사례처럼, 한국도 교장 교감 선생님이 담임을 맡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인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현직 교사 A씨에게 현안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 사안의 중대성과 예민함을 고려해, 인터뷰에 응한 교사 신원은 익명처리함을 양지 바라며 경어체 그대로 게재한다.

 

A교사는 현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사안으로 △체계적인 민원 상담 시스템 구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아동복지법 제17조의 5항의 판단 모호성 해소 △무고성 신고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등을 든다.

 

아동복지법 제17조의 5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데 이 정서적 학대 행위의 판단이 굉장히 모호하다고. 이러한 이유로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 조항을 ‘아동기분상해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받아쓰기나 일기 쓰기와 같은 것들도 모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고 신고된 사례도 있어 A교사 역시도 아이들에게 받아쓰기, 일기 쓰기는 더 이상 지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간단한 문의 사항은 1단계로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챗봇 또는 ARS 접수를 활용하고, 학생 교육과 관련한 상담은 2단계 나이스(NEIS) 시스템을 활용한 서면 상담 추가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3단계로 전화 및 방문 상담 절차를 통해 체계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A교사 또한 과거 제자 중 지속적인 자해로 심리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있었는데, 학부모의 거부로 학생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관련 교장 교감 및 여러 교사들이 논의했지만 학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회의 결과 내린 결론은 ‘담임교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이었다고. 이후에도 여러 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교사와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관심있게 지켜본다”였다고 한다.

 

A교사 또한 자신의 학창시절에는 교사들에게 체벌을 당했지만, 현재의 교사들이 원하는 것이 결코 ‘체벌권’이 아님을 강조한다. 다만,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해당 학생을 훈육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분리 조치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기 위한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현 사안의 중대성과 예민함을 고려해, 인터뷰에 응한 교사 신원은 익명처리하며 이미지로 대체한다. 

 

다음은 A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독자께 소개 부탁 드린다. 부임 시기 및 현재 초교에서 맡은 업무 등.

초등학교에서 경기도에서 10년째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에서는 학급 담임과 학교 교육과정 부장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 근래 잇따라 발생하는 초교 교사들의 극단적 선택을 어떻게 보시는지.

우선 서이초, 호원초 선생님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선생님들까지 모든 분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보냅니다. 사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있어 왔지만, 해당 학교나 인근 학교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지고 쉬쉬해 왔었는데 서이초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크게 보도가 되면서 마치 이런 일들이 올해,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사안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의 경력이나 근무하는 지역과 관계없이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고, 악성 민원이나 교권 확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야기되는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의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아도 저마다 학부모의 부당한 민원이라든가 학생 지도 과정에서 아동 학대법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던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선생님들이 주말마다 집회를 참여하는 이유도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서이초 호원초 선생님의 사례가 ‘내가 될 수도 있다’라는 공감과 두려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민원으로 매우 힘들었던 적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그래도 그 학부모님들은 저를 고소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감사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개탄스럽습니다. 지금도 많은 선생님이 악성 민원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으며 저와 가까운 선생님도 학교폭력 담당업무를 처리하고 계시는데 양쪽 학부모님으로부터 쏟아지는 민원에 휴직을 고민하실 정도입니다.

 

▲ 이미지: 픽사베이

 

■ 현직 교사로서, 교직에 임하는 직무 중 가장 어렵거나 힘든 사항이시라면.

8월 26일까지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회가 총 6번 있었습니다. 집회를 통해 교사들의 여러 어려움과 개선책들을 요구하였는데 그중 가장 시급한 사항은 아동학대법 개정과 민원 시스템의 일원화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을 현재 가장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아동학대처벌법)에 있습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잇따르는 가정 내 아동 학대 사건에 따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가 되었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교사를 고소, 고발하기 가장 좋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사실에 대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아동학대처벌법의 경우 의심 정황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며 신고 즉시 피해 아동과의 분리 조치로 인해 교사의 직위해제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생활지도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더해 아동복지법 제17조의 5항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인데 이 정서적 학대 행위의 판단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이 조항을 ‘아동기분상해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받아쓰기나 일기 쓰기와 같은 것들도 모두 아동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고 실제로 신고된 사례도 있어 저 역시도 아이들에게 받아쓰기, 일기 쓰기는 더 이상 지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가 복도에서 뛰거나 수업을 방해하거나 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해야 할 생활지도도 아동 학대 신고를 받는 경우가 있어 대개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표정이 안 좋다거나 아이가 기분이 나쁘면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부담입니다. 현재는 대부분 선생님이 사실상 모든 생활지도를 포기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사회인으로서의 규범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할까요. 그런데 지금의 학교를 이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아동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는 겁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이 더욱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교사가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교실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도 학생입니다. 몇몇 수업을 방해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지하지 못하다 보니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대다수 학생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거나 폭력에 노출되는 일들도 많습니다. 교사로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미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안전해야 할 교실에서 대다수 학생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간혹 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체벌을 허용하자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많이 맞았지만, 지금의 선생님이 요구하는 것은 체벌권을 달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학생을 훈육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분리 조치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 해야 할 역할을 하기 위한 권한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 앞 3번 질의가 해소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이에 대한 대안은 이미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현장교사들이 생각하는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현 정책에 대한 해결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로 정리하여 교육부에 제안하였습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TF팀을 만들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었죠. 저는 해당 보고서에 이미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그에 기반한 실효적인 대책들을 제안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정리하여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본래 취지에 맞는 법의 개정이 필요합니다. 본래 취지인 가정 내의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립된 법안이니만큼 교육 현장에 일률적인 적용을 배제해야 합니다. 현재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법안의 ‘정당한’이라는 문구는 또다시 해석으로 인해 학교 현장이 혼란을 불러올 것이며 이런 조항으로는 교사가 자신이 다칠 위험을 감수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없습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무고의 법적 책임을 명시해야 합니다. 의심만으로 신고가 가능한 상황에서 교사의 행동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도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이 법안이 현장에서 더욱 악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고성 신고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되어야 학교에서의 무분별한 신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민원의 경우에도 현재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민원 대응팀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은 실질적인 민원 해결이 아니라 민원 돌려막기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간단한 문의 사항은 1단계로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챗봇 또는 ARS 접수를 활용하고, 학생 교육과 관련한 상담은 2단계 나이스(NEIS) 시스템을 활용한 서면 상담 추가적인 상담이 필요한 경우 3단계로 전화 및 방문 상담 절차를 통해서 체계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권 침해 시 교육청 차원에서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교육과 관련 없는 무분별한 민원을 막고, 정말 필요한 학생 상담에 교사가 집중하여 학부모와 발전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보고서를 교육부 장관께서도 받아보시고 사진까지 찍으신 것을 기사로 보았는데 이런 현장의 요구가 이번 교육부의 대책에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보고서를 검토하시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 이미지: 픽사베이

 

■ 현재 대한민국 공교육은 졸업을 위한 이수로 치부되고, 정작 입시를 위한 공부는 학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교육자로서, 이를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또 대한민국 공교육의 개혁(개선)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듣고 싶다.

제가 감히 공교육의 개선안을 내놓는다기보다는 교육 현장의 한 구성원으로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학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중에도 말씀해주셨지만 지금의 학교는 졸업을 위한 이수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로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출석만 하면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한국의 공교육 현실입니다. 유급, 퇴학과 같은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나 퇴학의 경우 정말 심각한 사례에 한해 결정되고 의무교육 기간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아예 불가능하고요. 유급은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동안 학교는 ‘좋은 게 좋은 거다,’ ‘문제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온 것이 사실입니다. 결석일수가 많아 유급 위기에 놓이면 담임교사는 학생을 달래고 설득해서 ‘일단 학교에 와서 조퇴를 해라,’ ‘밥이라도 먹고 가라’ 하는 식으로 유급시키지 않으려고 학생을 ‘모시듯’ 하며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에는 초등학교의 교육 목표를 “학생의 일상생활과 학습에 필요한 기본 습관 및 기초 능력을 그리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기본 습관, 기초능력 그리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교육과정이라는 문서에는 존재하지만, 학교는 그동안 이 목표를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동안 학교는 교육의 권리로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왔지만, 정작 교육의 의무로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책무성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의 의무자로서 책무성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특성을 교사가 보고 판단하여 심리상담이나 특수교육 또는 그 외 의료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권유하여도 학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학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도 과거 제자 중 지속적인 자해로 인해 심리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있었는데 학부모의 거부로 학생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교장·교감 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 논의를 했지만, 학부모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회의 결과 내린 결론은 ‘담임교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교사와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은 “관심있게 지켜본다.”였습니다. 이는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책무성이 없는 상황, 학교가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민낯입니다.

 

또한, 학교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다시금 우리 사회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각종 서비스 제공 업체가 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사안에 대한 해결책의 모든 결론이 학교가 되면서 학교의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학교는 국어, 수학, 사회와 같은 교과교육과 인성교육을 주로 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다문화, 통일, 경제, 환경, 안전, 민주시민, 디지털, 보건, 마약, 도박까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의 책임을 모두 학교에 넘기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러한 교육은 학생 생활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그 외에 교사에게 배정된 업무 중에는 학생 교육과 관련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학교 인터넷망, 와이파이 관리, 각종 기자재 관리, 돌봄교실 운영, 방과후 학교, 학교폭력 사안 조사 등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정작 우리 반 학생들의 수업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업무 하다가 짬 내서 수업 준비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교사가 된 이유도 학생들과 수업하기 위해서인데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보다 그 외 업무를 처리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가 교육기관이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전국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전면실시하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늘봄학교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봐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늘봄이라는 돌봄 프로그램을 위해 교사들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규수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교육부가 나서서 학교를 교육기관이 아닌 서비스 제공 업체로 격하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수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받게 됩니다. 업무를 처리하느라 수업에 소홀하게 되고 당연히 수업의 질 저하, 나아가 교육의 질 저하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저도 업무에 바쁜 상황에서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얘들아, 잠깐만, 선생님 이것만 하고,”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모습이 아닌 컴퓨터 화면을 더 많이 봐야 하는 것이 지금의 교사들의 모습입니다. 저는 이러한 일들이 학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편의성 제공만 생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 더욱 깊이 고민하고 교육적 목적을 더욱 잘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교육부와 교육청이 고민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의 행정 편의성 서비스만 추가되는 상황에서 정작 학교가 가장 본질적인 업무인 교육이 가장 소외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부모의 돌봄과 학교의 교육, 국가 사회의 지원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돌봄, 교육을 예산을 주고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던저 주면서 오히려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돌봄의 주체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고, 그 목적에 맞는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모든 것을 학교에 밀어 넣어 아이는 부모와 보낼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학교는 학생에게 교육을 하지 못하는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미지: 픽사베이

 

■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한 나라를 이끌 미래의 꿈나무를 키워내는 일로 무척 중요한 일로 꼽힌다. 따라서 현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일 터인데, 전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지.

제가 교육 현장에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무서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소아과 폐과 선언을 보면서 저는 다음 차례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변화를 현장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하는 교사의 처우, 교사를 향한 사회적인 불신의 시선을 넘어서 교사를 향한 아동학대 고소, 고발 상황에서 실제로 많은 선생님이 교직을 떠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규 선생님 중에서 교직을 떠나는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교직을 떠나지 않았지만, 다른 진로를 알아보기 위해 문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들도 교사 커뮤니티에 부쩍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 주변만 해도 이직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일본의 경우, 몬스터 페어런츠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후에도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되지 않아 교사 기피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그런 결과로 2023년 현재 일본은 교사가 없어 교장, 교감 선생님이 담임을 맡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교원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교원 면허가 없는 일반인까지도 채용 시험을 볼 수 있게 하였고, 가정통신문을 작성하지 못하는 교사, 고학년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가 현장에 투입될 정도로 심각한 공교육 붕괴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런 교직 탈출이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 2006년 신주쿠 구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3세 교사의 죽음 이후였습니다. 일본은 당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마주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의 상황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이초 사건 이후 정말 제대로 교육 현장을 바꾸지 못한다면 교사들의 탈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장 초등교사를 배출하는 교육대학교의 입시 미달사태가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점에서 교직 탈출 현상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라는 이야기는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명제입니다. 교육부에서는 에듀테크 교육, 학생 맞춤형 개별화 교육 등 미래 교육 과제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을 교실에서 수행하는 사람은 교육부가 아니라 결국 교사입니다. 아무리 교육부가 교육 과제를 이끌어가고자 해도 이를 수행할 교사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어떠한 것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들께도 선생님들의 외침에 관심을 가져달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이 학교와 교실에서의 모습으로만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학교는 사회로 나가기 전 경험하는 예비 사회입니다. 지금은 학생들이지만 짧게는 1~2년, 길게는 10여 년 뒤에 이 아이들이 모두 사회인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최근 연일 뉴스에 반사회적인 범죄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규범과 규칙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다면 지금과 같은 반사회적인 범죄들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며 더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교 현장을 바꾸지 못한다면, 불과 몇 년 뒤에 우리는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것입니다.

 

 

■ 교육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어떻게 교직 생활을 펼치고 싶으신지) 듣고 싶다.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이 느끼시겠지만, 교사로서 가장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때는 학생이 올바른 성장을 보았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역시도 이전에 제자들이 연락해 주어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잘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들었을 때가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처음 교사로 발령받고 아이들과 1년을 보내면서 새내기 교사로서 좌충우돌하기도 하고 정말 힘들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아 부끄러운 기억들도 많았지만 저의 진심과 노력을 아이들이 알아주었기 때문에 진심을 믿고 잘 따라주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한 인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정말 큰 자부심을 느꼈고 그만큼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에 만나게 되는 아이들과도 어떤 추억을 만들어 줄까도 고민하고 수업 방식 연구도 거듭하며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점차 악화되는 현장의 상황과 교사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기력감에 기본만 하자, 열정을 가지고 지도하는 것이 오히려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점점 눈을 감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저도 과연 내가 교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부쩍 많이 하게 됩니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를 고민했던 제가 교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어떤 진로를 다시 선택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현실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교사가 겪고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집에서는 부모님과 생활하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생활합니다. 당연히 좋은 사람과 함께 생활할수록 아이들도 긍정적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사람들이 교사로 남을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이 교직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열정 있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지 않는 교육 현장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 이영주 기자 

 

 

http://whynews.co.kr/news/article.html?no=168729 

 

[인터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경기도 현직 초등교사 A씨

[와이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 교실에서 걷다가 본인 발에 걸려 넘어져 반깁스를 한 B학생의 학부모에게 ‘학생 안전을 책임져야 하니 등굣길에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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