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PeDjwzm4i1U&t=520s
32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348권의 책을 썼고 500만 권 이상 팔렸다. 일 년에 300여 회 강연을 다니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빛나는 '성공'이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몸이 불편했다, 어릴 적부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에게 라이벌이란 "S기업 다니는 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들만큼 열심히 치열하게 쓴다면 작가로서 성공하지 못할 게 뭐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쓰고 또 썼다. 이순(耳順)이 훌쩍 넘은 지금도 새벽까지 글을 쓴다고 한다. 아침 먹고 쓰고 점심 먹고 쓰고 저녁 먹고 쓴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글을 쓴다는 단선적 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함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몰입했고,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도전해 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다.
앞선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작가 사무실에서 고정욱 동화작가를 만나 봤다. 인터뷰 전후 이성엽 작가(한국아동문학교육연구원 원장)가 많은 도움을 줬다.
■ 동화작가를 하시게 된 계기 및 시기 등 소개 부탁드린다.
애초 등단은 소설로 하게 됐는데 동화를 많이 쓰고 사랑받으면서 동화작가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역할은 전국의 초중고, 기업 등에 문학이나 장애인식 개선으로 강연을 다니고 있다. 일 년에 300회 이상 강연을 하고 있는 강사이기도 하고, 또한 장애인이기에 장애 관련 운동을 하는 장애운동가이기도 하다. 장애를 가진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 현시대에서 동화가 차지하는 비중 및 역할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어른들도 동화 읽으면 좋다. 동화에는 동심이 들어있다. 동심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삶이 피곤한 것이라 본다. 동심을 잃은 것이 어른이다. 즐겁고 재밌게 살려면, 동심이 있어야 한다. 많은 것에 신기해 하고 호기심 가지고 있고, 동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대 불행에 꺾이지 않는다. 동심이 모든 걸 치유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동심이 없다. 외부 자극 스트레스 고통 아픔을 강력하게 치유하는 힘이 동심이다. 동심 가진 자들이 강하다. 누가 뭐라고 그래도 웃고 말고.
사회 분위기가 경쟁 입시 출세지향, 누군가를 꺾어야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동심은 같이 놀고, 같이 나눠 먹고, 내일 또 할 거야, 또 져도 또 웃고 말고 이런 것이 동심이다. 동심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 동화작가를 꿈꾸는 분들께 조언과 전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안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하고 싶다.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어야 하는데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 출생율이 저하돼서. '다정한 말, 단단한 말'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돼 5개월 만에 3만 부가 나갔다. 이전에는 베스트 셀러라 하면 10만 부, 20만 부 팔려야 했었다. 그만큼 (동화)시장이 축소됐다.
동화작가가 된다는 건 레드오션이다. 챗GPT 인공지능이 그럴싸한 작품을 쓸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시대가 와서 동화작가가 되려면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아내야 한다.
장애라는 소재를 접목시켜서 동화 장애 장르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의 경우에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최초의 동화다. 당시 사람들은 안 그래도 우울한데 작품까지도 장애인 이야기를 읽겠느냐고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위안을 얻고 한다고 봤다. 결국 베스트셀러가 돼 그 해 1999년도 최고로 많이 읽은 책이 됐다.
재작년 아동문학 관련 단체에서 심사위원 맡고 있는데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각 나라의 장애 관련 작품을 심사해서 12권을 본사로 보내라 했는데 놀랍게도 심사한 작품만 47권이었다. 20여 년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본인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작품, 특기 분야를 가지고 있다면 쓸 만하다. 신춘문예 심사에서 '개 고양이, 할머니 할아버지' 등의 소재는 다 제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도 쓰기 때문에 심사에 들어올 수 없다. 다문화도 너무 많아서 안 된다. 다문화작가라면 가능하다.
동화는 교육과 연계돼 있다. 재미, 감동, 실용적이야 한다. 어린이가 미래의 주인이다.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몇 가지 원칙이 자리 잡았는데 첫째는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독자를 붙잡아 놓을 수 있다. 어린이들은 문학과 동화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둘째는 교훈이다. 읽다 보면 삶에 대한 교훈이 읽힌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윤리 도덕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한다. 셋째는 감동이다. 감수성 짙은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이 오래 남는다. 공부나 입시 등 중요하게 여기는 지식, 정보 넣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재미와 감동이 우선이다. 독자들이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 현재까지 작업하신 동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사유, 또 제일 아쉬움이 남는 작품과 사유는 무엇인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출판한 계기는 출판사 한 군데에서 왜 동화만 쓰시는지, 중고생 읽을 만한 책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출판사의 요청으로 청소년을 위한 책을 쓰게 됐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것이고 현재도 작업 중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작품을 제공하고 작품 지평 넓혀야 성장하는 작가라고 본다. 죽는 날까지 글을 쓸 것이다.
아쉬운 작품이라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348권 책을 냈고, 500만 권가량 팔렸다. 수익을 내는 작품은 30-40권에 불과하다. 나머지 90퍼센트 정도는 절판되거나 잊히거나 실패해 묻혀 버리는 작품들이다. 300권 이상 실패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이 포기란 없다이다.
■ 작금의 대한민국은 높은 자살률, 치솟는 물가 등으로 암울하기 그지없다고들 한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응원 메시지라면.
평생 해보고 성공인지 실패인지 따져 보자, 이 세상에 포기란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들을 젊은이들에게 자주 던진다.
작품을 쓰기 위해서 아주 많은 자료를 찾게 된다. 자료가 있어야 좋은 작품 나오니 때문이다. 박사 논문 주제가 '한국근대역사소설 연구'였다. 그 당시 상황을 알아야 하기에 그 때 당시의 기사나 역사 관련 문헌을 읽어봤는데, 그 당시에도 자살하고 죽고 정신적 질환, 또는 세상을 향해 "말세로다"라는 탄식, 멸망설, 인간의 잔혹성 등이 있었다. 100년 전에 말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점은, 어차피 세상은 타락해 있구나, 타락한 세상이고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내기가 힘들구나,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이 왜 이러냐, 원래 세상이 이런 것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보람을 찾고 선향 영향력을 고민해야 한다.
요즘 세상은 지나친 경쟁, 과열된 입시 등의 사회 현상이 있고 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좋은 경로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고 동심을 가지고 치유하면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그 또한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한다.
인간에게는 양면이 있다. 선한 존재인 동시에 악하고 추악하고 파렴치한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선하다는 기준으로만 통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우면서 추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여아만 한다고 본다.
■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작품 있으시다면.
500권의 책을 내는 게 목표다. 앞으로 150권 이상 써야 한다. 다양한 작품을 쓰려고 한다. 요즘은 나이를 먹다 보니까 고전의 중요성, (고전)문학에 대해 알게 되고, 내면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이들의)정서에 맞게 다시 소개해야겠다 해서 삼국지 10권을 썼다. 그리스로마신화, 아라비안 나이트, 열국지 등을 어린이들이 읽기 좋게,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고치는 작업을 할 것이다.
■ 이 외 더 전하고 싶은 말씀과 향후 활동 계획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기만의 꿈을 가지라고 전한다. 엄마 아빠가 정해놓은 꿈이 아니라 자신이 하루 종일 해도 지치지 않은 것 말이다. 꿈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특기와 적성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는 6살 때부터 피겨를 탔다. 지금 당장 시작해라.
/ 이영주 기자
http://whynews.co.kr/news/article.html?no=136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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