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대전충남녹색연합서 ‘2020 녹색인상’ 수상
“영화 안 보셨죠?”
“.. 울까봐, 아직 못 봤어요. 처참한가요?”
“처참하죠,”
“주민분들 삭발식하고 그런 거요?”
“제가 처참했죠.. (이하 생략)”
앞선 27일 오후 세종청사 부근에서 김병기 감독을 만나 인터뷰에 앞서 잠시 나눈 대화이다. 그랬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먼저 만났다. 인터뷰이 관련 사전정보를 과다 입력해 놓으면 자연스레 ‘선입견’이 생긴다는 변명 같은 해명을 해둔다.
김 감독이 말한 ‘처참함’의 참뜻을 안 건, 그의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어쩌면 영화 초반,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12년 가까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을 취재하고 있었다. 그들이 운하사업을 계획하며 방문했던 독일 네덜란드 일본 미국 등지를 모두 찾아가 해당 전문가를 만났고 일일이 질문했다. 4대강사업을 옹호했던 정치인, 학자, 건설업자 등도 찾아가 또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2008.2.-2013.2.)가 추진했던 사업으로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서울부터 부산까지 내륙수운으로 잇는 ‘한반도 대운하’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전환한 것이다. MB 정부는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정비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해 2013년 초 완료했다.
사업의 목표는 강 환경 정비와 지역경제활성화로 알려진다. 그대로 실행이 됐는가. 김병기 감독(오마이뉴스 선임기자)은 이 점을 꼬집고 싶었다. 끈질기게 취재를 했고 이를 기록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삽질(2019.11.)>이다. 영화로 상도 받았다. 2019년 20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2020 녹색인상’ 등을 수상하며 첫 영화치고는 꽤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영화를 본 관객들 반응을 일부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의 4대강, 정확히 말하자면 4대강의 실체를 제대로 나타내어주었다. 오마이뉴스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과 실제로 10년을 넘게 4대강 현장에서 생활하며 몸소 처절하게 파괴된 자연과 국민들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고 있었는지를 파헤친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파악되어 바로잡아져야 하고 죗값을 제대로 받아야겠다. 자연은 스스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로서 국민을 위한 덕을 품어야 함은 기본인데.. 자신과 주변의 이득을 위한 정책 결정이 결국 이 산하를 모두 망가뜨린 결과로 만들어 버렸네...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두 눈 똑바로 그리고 정신 차려야겠다라는 공감이 듭니다”, “국민들 모두 볼수있게 tv에서 해주세요”
이쯤되면 영화의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 번쯤 보시길 추천드린다. 비싸지 않다.
아래의 내용은 영화 <삽질>의 김병기 감독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27일 오후, 세종청사 부근 금강 물을 끌어와 조성한 호수를 배경으로 했다.
■ 김병기 감독님과 영화 ‘삽질(2019)’ 소개 부탁드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의 감독을 맡았다. 2006년부터 거의 12년 동안 4대강사업을 취재했는데 그에 대한 총체적 기록이라 보면 될 것이다. <삽질>은 환경영화라고 보실 수도 있는데 환경을 물론 담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어떻게 강이 망가졌는지 생생하게 기록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어떻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을 망치기 전에 민주주의를 허물어뜨렸는지 낱낱이 기록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망치는 데 부역했던 사람들을 쫓아가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장면에서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화를 기획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관객과의 대화를 많이 참석했었는데 그 때마다 드렸던 말씀이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 ‘삽질’이 계속된다”는 위기의식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13년 동안 4대강사업으로 강은 죽어가고 있다.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파헤치고 고발하는 언론이 없었다. 대부분 잊히고 있다. 이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음을 알리고 싶었고 그런 이유는 지금도 ‘삽질’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수천억 원의 돈이 4대강 보(洑)의 유지 보수에 쓰이고 있다. 그 돈이 강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면 의미 있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죽은 강에서 어떻게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그것을 알리고 싶었다.
■ 4대강사업에 견해는 어떠하신지.
4대강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널리 회자되고 있지 않은가. 완공 10년도 넘었는데 만들 때 당시 정권이 했던 얘기는 4대강의 환경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였다. 홍수 가뭄 예방도 들어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4대강 수문을 모두 닫아 놨었다. 닫아 놨을 때는 강의 녹색이었다. 녹조가 창궐하는 강이었다. 환경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였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금강의 몇 개 보는 수문을 열었다. 수문을 연 강은 살아나고 있다. 흰수마자 같은 멸종위기종이 되살아오고 있고 펄 속의 실지렁이 깔따구 등의 최악수질 지표생물종들이 드글드글했는데 그것들이 다 씻겨 내려갔다. 이거 하나만 봐도 수문을 연 금강과 수문을 닫은 낙동강을 비교해보더라도, 강을 살린다는 4대강사업의 허구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했는데, 강을 터전으로 삶고 있던 어부들은 다 쫓겨났다. 수입이 되는 어종들이 모두 사라지고 배스 등의 어종만이 강에 살고 있다.
■ 앞으로도 영화를 제작하실 요량이신지.
이 영화도 처음부터 계획하고 시작했던 영화가 아니다. 정체성에 따른 취재기자로서 (영화를 제작했으니)한 단락 매듭을 지었다고 판단하고 이후 (취재한) 결과물이 쌓이고 쌓이면 영화를 계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 4대강사업 과정에서의 양평 유기농가 관련 견해는.
그 분들 같은 경우도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유기농은 북한강과 남한강 양수리 쪽에 맑은 물에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었다. 농민들을 ‘쫓아내고’, 그 분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오랫동안 미사를 드리면서 거기에서 버텼는데, 결국은 국가권력에 의해 농토를 빼앗기고 빚더미에 오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안타깝다. 양수리에 가서 직접 취재하고 농민들을 만나기도 했었다.
■ 이 외 더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라면.
지금도 계속된다는, 4대강사업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얼마 전 환경단체와 오마이뉴스가 낙동강 녹조 성분을 조사해 발표했다. 많은 언론이 기자회견장에서 보고 기사화했다. 녹조는 단순히 녹색인 것이 문제가 아니고 녹조는 독이다. 녹조에는 청산가리의 1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으로 고도정수처리해 취수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불 보듯하다. 먹는 물은 정수 처리한다고 하지만, 그 물을 그냥 거르지도 않고 상추등 채소와 벼등 농작물에 뿌리고 있다. 그 농작물을 누가 먹고 있나, 모든 국민들이 섭취하고 있다. 그 농작물에는 마이크로시스틴 독성물질이 그대로 함유돼 있다. 그런 연구 결과는 세계 엄청나게 많이 있다. 얼마 전 아프리카 코끼리가 녹조물을 먹고 떼죽음당한 적이 있다. 그 경고음을 계속해서 알리고 싶다. 4대강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보(洑) 유지 비용에 쓰이고 있는데, 그것이 단순히 강물만 나쁘게 하는 게 아니고 인체 내에 알게 모르게 축적돼 우리의 몸도 망치게 하는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4대강사업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 특정한 종류의 남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독소의 종류.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발생 시 대량이 생성되며 식수 및 관개용수 공급의 주요한 위협으로 제기되고 있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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