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뉴스] 납치는 아니었다. ‘숙자 이야기’ 연극 주인공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 백 개쯤 되는 좁은 골목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곳에서 무거운 물통을 양쪽에 이고 물을 길어야 했다. 딸이라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 더는 집에 있을 수 없어 기차 타고 올라오다가 만난 사람을 따라가 남의집 살이가 시작됐고 그것은 기지촌 생활로 이어졌다. 1945년생 일흔일곱의 나이, 기지촌 생활에서 번 돈은 가정 살림에 보탰고 지금 그녀는 협심증, 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안고 있다.
앞선 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대표 우순덕)에서 김숙자 기지촌 미군위안부 할머니(복지회 총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숙자 기지촌 미군위안부 할머니.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무작정 상경한 그녀는 기차 안에서 만난 사람을 따라가 남의집 살이를 하다 기지촌으로 흘러 들었다. 힘들게 번 돈은 가정 살림에 보탰다. 일흔 일곱의 나이 그녀는 지금 협심증, 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안고 있다. 사진은 앞선 2일 오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사단법인 햇살사회복지회(대표 우순덕)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숙자 할머니 모습이다.
■ 말씀 꺼내시기 힘드시겠지만, 당시 어떻게 기지촌에서 일하게 되셨는지, 정황 설명 부탁드린다.
열여덟 살까지 남의집 살이를 했다. 1963년부터 1974년 봄까지 기지촌 생활을 했다. 그러다 친구들하고 송탄으로 가서 포주집에 들어가서 좀 있었는데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는 언니가 자기네 집에 데리고 가서 살았는데 그 형부라는 사람이 미국 사람이고 공군이었는데 (언니한테)잘해 주더라. 그게 기지촌 들어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기지촌 생활 가운데 인상 깊은 사안이 있으시다면. 또 현재 기지촌 피해여성들의 삶은 어떠한지.
스무 살쯤 진천에 있을 때였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검진을 했다. 성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당시 친구가 음질인가 매독인가 성병이 있었다. 친구가 병원에 가서 테라마이신 606호(혹은 살바르산)를 맞고 30분 후에 병원에서 쇼크로 죽었다. 생전 잊히지 않는다. 수원 화장터 가서 어떻게 해가지고 빻아서 버렸다.
나이 먹고 그랬으니까 몸에 병도 들고 그렇다. 거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지내고 있다. 여기 햇살사회복지회에만 70명 정도가 있다.
■ 주로 미군을 상대하시는 일을 하셨는데 미군의 인권적 처우는 어떠했는지.
수입은 화대나, 계약살림 등으로 들어오는데 150-200불 정도였다. 계약살림은 돈을 받고 사는 것이었다. 같이 미국으로 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엄마뻘하고도 결혼해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미국 사람은 착한 사람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은 폭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돈은 없으면서 여자와 사는 경우였다.
■ 기지촌이 미군철수 방지와 외화벌이를 위해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견해는 어떠하신지.
우순덕 대표) 우리나라가 70년대 정권에서 기지촌 정화 운동을 만들었다. 여기서 미군들이 더 지낼 수 있도록 예산을 세워서 기지촌마다 길도 닦도 하면서 여성을 정화해야 한다며 성병검사를 (일주일에) 두 번씩 하고 했다. 닉슨 독트린에 의해서 2만 명이 철수할 거고 하니까 ‘잘살아 보세’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외화벌이에 여성들이 앞장서도록 했다.
■ 2014년 기지촌 출신 여성 120명이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해 2017년 1월 1심 일부 승소했고, 2018년 2월 2심에서 ‘국가 방조’를 처음 인정한 판결이 나왔으며 2014년 18대 국회에서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19대 국회 들어선 2017년 7월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견해 어떠하신지.
우순덕 대표) 정춘숙 국회의원이 2020년 12월에 (위안부)할머니들 관련된 법안을 발의했다. 우리가 기지촌여성인권연대와 같이 그 분을 찾아뵀고,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씀하셨고 기대를 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관련 조례가 작년 4월 말에 통과가 됐고 5월에 제정됐다. 경기도 여성정책국에서 현재는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작년 명칭으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자료집이 나왔고 이에 따라서 경기도 지원위원회가 설치됐다. 할머니 한 분이 앞선 설에 돌아가셨는데 아직 시행규칙이 안 나와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평택시에서도 이번 주에 시의원과 여성가족과 관계자분들 만나서 시 조례도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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