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처리 물량 300건 식사는 거르거나 10분 이내
유급 병가 퇴직금 없고 개인사업자로 표준계약서도 없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오포지회장
택배업무 17년 차다. 한진택배 경기광주 터미널 지회장으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오포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선 1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한진택배 터미널에서 김상용 지회장을 만나 현안 이야기를 들어 봤다.
▲ 김상용 지회장이 앞선 11일 오전 한진택배 경기광주 터미널 자신의 택배차량 적재실에서 저상차량의 높이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일반 적재실보다 50cm 낮은 저상차량은 거의 기다시피 해서 물건을 싣고 내려야 하며 여름에는 땀 범벅이 되고 몸에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한다.
▣ 택배 업무 시스템은
택배는 본사와 대리점이 먼저 계약을 하고, 그 후 대리점과 각 택배 기사가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이 때 택배 기사는 지입차량을 활용해 일을 진행한다. 지입차량은 풀이하자면 기사 본인이 차량을 소유하고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유류비나 수리비 등 모든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택배 일은 출근 시간은 오전 7시, 퇴근 시간은 업무가 끝나는 시간이다. “출근 시간은 있는데 퇴근 시간은 없다”고도 표현한다. 전에는 새벽 12시, 1시까지도 일을 했었지만 근래 과로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한진은 밤 10시 이후로는 배달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전산이 아예 잠긴다.
오전 7시에 출근을 하면 ‘터미널’에서 하차 작업을 한다. 그날 배달할 물건을 택배 차량에 싣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요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보통 3-4시간, 길면 5-6시간이 소요된다. 작업 후 점심 식사를 하고 배달을 시작한다. 하루에 배달해야 하는 물건은 250-300개. 덕분에 택배기사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마친다. 배달할 물건을 들고 하루 1만 보에서 3만 보까지도 걷는다. 간혹 평일에 밀린 일을 휴일에까지 나와 처리하기도 하는데 이를 ‘밀어치기’라고 한다.
휴일은 국가지정일뿐, 토요일도 평일과 동일한 시간을 일한다. 병가는 자신의 비용을 들여 대체인력을 구해야 쓸 수 있다. 퇴직금은 없다.
▣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단지 저상차량 문제가 대두되는데
일반 택배차량은 높이가 2.7m 정도 되는데 저상 차량은 그보다 낮다. 해당 아파트 진입 제한 높이는 2.3m다. 저상차량은 물건 적재실이 1.8m에서 50cm 낮아진 1.3m가 되는데 개조 비용은 최소 13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까지 들며 모두 택배기사 자부담이다. 또 개조하는 동안 일을 할 수 없어 개조를 하려면 웃돈까지 줘가며 대체인력을 구해 차량 개조를 마치고 난 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적재실 높이가 현격히 낮아진 차량에서는 거의 기다시피 해서 물건을 꺼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여름에는 땀이 흥건해지는 건 물론이고, 무릎 허리 어깨 등에 많은 무리가 간다. 이러한 이유로 일이 끝나고 나면 밤에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무척 괴로워진다, (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또 차량이 낮아진 만큼 물건을 싣지 못해 한 번에 마칠 수 있는 일을 두 번에 나눠서 마무리해야 한다.
안전 문제가 걱정이라고 하시는데 아무래도 탑차다 보니 뒤의 후방 시야를 우려하시는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은 택백차량 장착한 후방 카메라로 보완이 가능할 수 있다. 또 (택배기사들에게) 철저한 안전교육 후에 단지 내에서는 시속 10km 이하의 서행으로 아파트 단지 내 한 곳만 진입이 가능하도록 해서 진입하고 물건을 내리고 나서는 수레에 나눠 각 세대에 물건을 전달할 수도 있다.
여러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데 너무나 완강하게 대화조차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무조건적인 입장을 고수하시는 건 사실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힘들게 노동하는 택배기사들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하고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회사, 시민단체, 택배기사들이 모여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 가장 보람될 때와 힘들 때는
가장 보람될 때는 아무래도 맡은 구역이 정해져 있다 보니 자주 방문하는 세대는 주민분들이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해주실 때가 있다. 그 때가 가장 보람된다. 고맙다는 말씀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고 긍지를 갖기도 한다.
힘들 때는 여러 상황상 물건이 늦어질 때가 있는데 그 때 너무 일방적으로 불평을 하시고 우리는 무조건 “죄송하다고”고 거듭 말씀드려야 할 때이다. 우리 택배기사들도 소중한 인격체이고 한 가정의 가장인데, 이럴 때는 약간 힘들고 속상하다. 더욱 최선을 다할 테니,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 시민께 전하고 싶은 말씀
택배기사들은 소비자분들의 편의와 편리를 위해 항상 노력하고 힘쓰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알아주시고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배려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좀 씁쓸하다.
오는 7월 27일 시행되는 생활물류서비스법에는 ‘택배서비스사업자는 택배서비스종사자가 택배서비스 운송 위탁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총 계약기간이 6년 이하인 때에는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안 시행으로 그동안 임의계약 형태였던 관행을 버리고 표준계약서를 채택해 새롭게 변하기를 기대해본다. 그동안 택배시스템과 업무환경이 조금씩은 변화했지만 그렇더라도 오랜 관행은 이어져 왔다고 봐야 하는데 이 법안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다.
/ 이영주 기자
http://www.whynews.co.kr/news/article.html?no=2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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